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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영화 <어스> 해석 결말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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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던필

출연진: 루피타 뇽, 윈스턴 듀크, 엘리자베스 모스, 야히아 압둘 2세, 애나 디옵, 팀 헤이덱커

 

*스포에 주의하세요.
겟아웃 감독이 또 일 냈다! 2019년을 빛냈던 영화 <어스>를 소개한다. 재미없다, 지루하다 등 말들이 많지만... 일종의 추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순히 공포 장르를 기대하고 보는 사람에겐 지루할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단순한 놀라움만 전달하는 영화가 아니라, 심오하고 철학적인 의미가 마구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스>의 결말, 줄거리, 영화 해석 등을 낱낱이 분석해보겠다!

 

 

줄거리

도플갱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들어본 적이 있다면, '나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와 만나면 죽는다'는 속설도 들어본 적 있는가? 이 영화는 나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마주하고 나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산타 모리치 비치에 놀러온 가족, 이들에겐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연속적으로 생긴다. 마치, 누군가가 짠 시나리오처럼. 이상함을 가지는 건 오직 애들레이드 윌슨(이하 윌슨, 어머니역) 뿐이다.
윌슨은 과거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 여자아이를 그곳에서 만난 적 있으며, 그녀를 다시 만날까봐 불안해한다.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며 가족에게 이곳을 뜨자고 제안하지만, 결국 그들은 마주한다. 그들과 똑같이 생긴 그들 자신을 말이다.

 

 

우리와 똑같이 생긴 '우리'는

생김새는 똑같지만,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빨간 옷을 입고 날카로운 가위를 들고 있다. 똑같이 생긴 존재를 마주했다는 사실 자체로 놀라움을 주지만, 놀라움을 느낄 새도 없이 그들은 공격적으로 다가오며 죽이려 든다. 자신과 똑같은 이들을 죽이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목적처럼 보인다. 아무튼, 도플갱어이지만 어딘가 이상한 기미를 지울 수 없는데 얼핏 좀비 같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하다. 포효를 하기도 하고 으르렁 거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지성이 없어보인다. 나사 하나 빠진 사람들처럼.

 

 

기이한 도플갱어들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주인공 윌슨의 도플갱어. 설마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도플갱어들의 키(Key)이며 동시에 그들의 신이다. 다른 레드들은 모두 말을 하지 못하지만, 이 여자는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함을 느낀 부분이었다. 저 여자는 왜 말을 할 수 있지? 목소리는 왜 쉰 거지? 의문은 곧 결말이 되었다.

이 여자는 뒤바뀐 도플갱어다. 지상의 세계에서 발을 딛고 있어야 할, 도플갱어가 아닌 본래의 사람. 이 여자는 죽기 전에 '휘파람'을 부는데, 어렸을 적 무서움을 떨치기 전에 불었던 멜로디다. 도플갱어에게 목이 졸리는 바람에 목소리가 쉰 것이고 지하에서 몇 십년동안이나 또 다른 윌슨을 원망하며 살아온다.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의 공간에서 다른 도플갱어들과 함께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작전을 개시한다. 그녀들의 육신이 뒤바뀌면서 지하/지상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된 세계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다른 도플갱어들은 뒤바뀐 그녀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상의 세계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알아갔을 것이다. 또한 그녀로 하여금 그들은 자신들이 '복제'되었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무참하게 버려진 쓸모없는 존재라는 것 또한 느끼고 원망과 분노의 감정을 품게 되고, 지상세계의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걸 거부하고 목적이 생긴다. 그들을 죽여아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말이다.지상세계의 존재를 알려준 그녀는 도플갱어(=복제인간)들의 신이 아니었을까?

 

 

기계에 들어가있었던 15분 동안, 그들은 뒤바뀌었다. 뒤바뀐 운명은 많은 것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기계에 나온 뒤 윌슨은 실어증에 걸린 것도 아니고, 단순히 춤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지하 세계에서 진짜 윌슨과 뒤바뀐 가짜 윌슨이었기 때문이다. 윌슨은 행복했을 것이다. 더이상 날토끼의 시체를 뜯어먹지 않아도 되고,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고, 청명한 하늘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뒤바뀐 윌슨은 날토끼의 시체를 뜯어먹고, 지성이나 감정이 없는 육신을 남편으로 맞이하고, 짐승 같은 자식을 낳았다. 윌슨과 가짜 윌슨 모두 지하와 지상세계의 존재를 알고 한 사람을 뒤바뀐 것에 대한 안도하는 인생을, 또 한 사람은 처절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어스 결말

물론, 주인공 가족들은 그곳을 빠져나가고 겉으론 열린 결말인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 도플갱어들이 산을 일렬로 에워싸는 장면을 보면, 결국 교육된 도플갱어들과 함께 세상을 점령해나간다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인간이 만든 그들은, 결국 인간을 파괴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결말을 주는 듯 하다.
가장 마지막에 윌슨의 아들은 운전석에 앉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본다. 윌슨과 레드의 대화를 사물함 안에서 엿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 윌슨이 본래엔 지하세계 사람이었다는 걸 어느정도 눈치 챈 듯 하다.

 

 

상징물

이 모든 건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육신을 복제하는 방법은 터득했어도 영혼까지 복제하는 방법은 터득하지 못해서 지하통로에 좀비 같은 영혼 없는 그들을 가두어둔 것이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토끼'는 아마도 실험대상을 상징한 듯 보인다. 빈 영혼의 육체들(복제인간들)은 모두 토끼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내놓아본다.

'이분법적인 세계 : 지상 / 지하'
영화 보면서 무릎 탁! 친 것이 플라톤이 주장했던 '동굴의 비유'가 생각나더라,,, 이상론(=이데아)을 끊임없이 주장했던 플라톤은 현실과 이상을 대비한 학자이다. 감독이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플라톤의 그 이상론과 닮아있다.​ 현실세계(=영화에선 '지하')는 불완전하다. 우리는 이상세계(=영화에선 '지상')에 비친 그림자들을 볼 뿐이다. 도플갱어들은 '그림자' 같이 똑같이 행동하고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정도의 대칭을 이루는 듯 보인다. (이 방법으로 아들 도플갱어가 불에 타죽는다.)


하지만, 플라톤이 주장한 동굴 이론에선 현실세계에서도 이상적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수학이고, 이 부분이 영화 <어스>에선 11:11 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진 세계는 뒤바뀐 그녀들의 운명으로부터 균열이 일어났고, 말미엔 도플갱어들의 세상이 왔다.​ 실패한 실험들로 인해 버려진 복제인간들이 결국 세상을 점령했다는 건 인간중심적인 사고와 행동들이 세상을 파멸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면에 숨겨진 심오하고 깊은 메시지들은 우리 인간들의 추악함을 조명하기에, 씁쓸하지만 관통당한 기분에 부끄러웠다. 이래도, 어스가 단순히 '재미없는' 영화일까?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코미디를 추천한다. ​
크,,, 이런 명작을 만든 조던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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